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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상업은행의 추억, 그리고 우리금융과의 동행

저는 우리금융 출신, 그중에서도 옛 상업은행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싱가포르 지점으로 발령이 났을 때, 저는 보유하고 있던 상업은행 주식 관리를 자형에게 부탁하고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온라인 거래가 자유롭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온라인 시대였다면 제게 닥친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998년, 싱가포르의 습한 열기와 답답한 공기를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외화 및 달러 자금 딜러였습니다. 나름 싱가포르에서는 ‘큰 손’으로 통했고, 한국인 중 유일하게 미국 모기지 채권을 거래한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유대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arns)’가 제 주거래처였습니다.

하지만 김영영삼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포 직전까지, 저는 달러 자금을 구걸해야 하는 ‘국제 거지’로 전락했습니다. 투자의 큰 손에서 거지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100만 달러를 빌리기 위해 일본계 은행과 중동계 은행 문턱이 닳도록 각설이 타령을 해야 했습니다. 막아도 막아도 끝없이 돌아오는 채무 독촉... 결국 한국은행 달러 계좌가 바닥을 드러내며 대한민국은 부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씨티은행 건물 20층 사무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귀국 후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자형에게 맡겨둔 상업은행 자사주를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내 것을 돌려달라는 당연한 요구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처남... 나 정말 죽으려고 소주 사 들고 해운대 장산에 올라갔었네."

그렇게 우리금융의 구석기 시대 주식은 제 곁을 떠났습니다. 아니, 아내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허무와 증오만을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아내는 자형을 용서해 주었습니다. 조항조의 노래 <고맙소> 가사가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 아내는 복수심 때문인지, 아니면 착한 마음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서인지 우리금융 주식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만 원 부근에서 매수하여 배당을 챙기고, 1만 5천 원 부근에서 매도하는 패턴을 반복하며 편안하게 거래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내에는 확실한 보상(Reward)이 따랐습니다.

최근 우리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3조 1,413억 원 달성, 주주환원 약 1조 1,500억 원"이라는 기분 좋은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2026년 2월 6일 자)

저희 부부는 상업은행 대연동 지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저는, 통통한 얼굴 덕분에 부잣집 도련님 같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데이트가 성사되었고, 제가 26살, 아내가 21살이던 해에 결혼했습니다. 당시에는 사내 결혼을 하면 한 명은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야 했기에(대체 발령),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대체하며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아들 둘에 손주가 넷이니,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투자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주식, 환율, 채권 투자로 평생을 먹고살았습니다. 자식들은 아비가 설렁설렁 돈을 버는 줄 알지만, 사실 저는 30년째 매일 미국 CNBC와 블룸버그, 영문 경제 신문을 탐독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블룸버그의 기술 관련 방송을 챙겨보며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우리은행 주식을 분석할 때는 늘 기업은행 주가와 비교하곤 했습니다. 당시 기업은행보다 2천 원 정도 저평가되어 있다면 관심을 두는 식입니다. 저는 상대적 가격 비교를 중시하여, 비싸면 일단 관심 종목에서 제외하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금융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전년 대비 약 33% 늘려 2,000억 원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2%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실시할 계획이라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또한 주당 배당금을 연간 10% 이상 확대하고, 비과세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의 실효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비과세 배당 가능 재원이 약 6조 3,000억 원에 달해, 주주들은 향후 약 5년간 배당소득세 없는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실질 배당수익이 18.2% 상승하는 효과와 함께 금융소득종합과세 제외라는 큰 이점을 줍니다.

하나은행의 기와집을 바라보며 이 글을 마칩니다. 우리금융 회장님과 임직원분들이 모두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우리금융 주식을 보유한 모든 주주분께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2월 7일 자 네이버 출처 차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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